옛날에 울산에서 언양까지의 지방도가 나기 전에는 구름이 마을이나 다전에서 구영동(九英洞)으로 오고 가는데는 낙안산(落上山) 끝에서 벼랑을 따라 베리끝을 지나가고 오고 하였다.
이 길은 태화강(太和江)에 산세가 급경사를 이루어 떨어지므로 높은 벼랑을 이루어 있는 험한 곳이다. 어느해 여름의 일이었다. 며칠동안을 두고 큰 비가 쏟아져서 태화강은 홍수로 뒤덮여 있었다. 며칠동안을 내리던 비도 멎고 날은 좋아졌으나 강물은 아직 여전하게 위험 수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때에 젊은 신랑 신부가 시집가지 않은 누이 동생과 함께 베리끝을 지나고 있었다. 강물은 길에 까지 넘쳐 남창 남창하고 홍수는 사납게 구비치며 흐르니 길손들은 정신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사나이의 뒤를 따라오던 두 시누이와 올케가 아차하는 순간 그만 발을 잘못 디뎌 강속으로 떨어졌다.
큰 비명에 놀란 신랑은 뒤를 돌아 보았으나 처와 누이 동생이 한꺼번에 성난 탁류에 휘말리고 떠내려 가는 것이었다. 엉겁결에 자기 앞에 떠내려 가는 옷자락을 잡아 겨우 건져보니 자기 아내였다. 이렇게 하는 순간 숨을 돌려 보았으나 자기 누이 동생은 강 한가운데로 떠내려가면서 한번 얼굴을 솟구치더니 그만 탁류속에 돌아 오지 못하는 고혼이 되고 말았다
이 애처로운 일이 있은 뒤의 일이었다. 누가 지어 불렀는지 모르는 일이나 한 슬픈 노래가 불리어 졌다.